|
약물경험자 S씨의 이야기 - 자유인이 된 도둑(2)
우리는 모이기만 하면 본드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와는 점점 더 멀어졌고, 고2에 진급하지 못할 정도로 가출과 결석으로인해 출석일수가 모자라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이 나는 가까스로 고2에 올라가게 되었고, 당시 하나의 사고가 일어났다.
학교 내 서클 친구들과 폭력사고를 쳤는데, 다른 부잣집 친구들은 정학처리 되었고, 나만 퇴학처리가 되었다. 이유는 내가 서클의 두목이라는 명목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친구들은 다니던 학교 육성회이사의 자제들이었고, 나만 유독 가난하고 힘없는 가정의 애였기에 그런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전에도 서클회원들이 그런 친구들로 결성되어 있었던 탓에 경찰서에 끌려가거나,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게 되었을 때 여러 번 덕을 보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일제히 퇴학공고를 부쳤다가 번복한 것도 내겐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나는 치유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은 채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 내게 엄청난 기대를 하시고 계셨던 홀어머니는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하셨고, 형제, 자매를 비롯한 친척들도 나의 그런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사랑하는 형은(나보다 8살이 많다.)그래도 그렇게 버려둘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A도시를 비롯한 인근지역의 학교를 찾아다녀 보았지만 나를 받아줄 학교는 찾지 못 했다.
이미 A도시 등 인접지역 학교에 원정패싸움을 다니던 나에 대해서 각 학교 학생주임선생님들이 신상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에 대해 잘 모르는 변두리 신설 고등학교에 가까스로 전학을 했으나, 그렇지 않아도 방황하며 본드로 내 마음을 위로하며 생활하던 나는 학교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더욱더 본드로 환각을 탐닉하게 되었다.
본드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친구였고, 자유와 평안을 주는 동화 속의 도깨비 방망이였다. 억눌리고 상처받은 내게 생각만 하면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이뤄지는 환각의 세계는 그만큼 커다랗던 사람들을 다 쏴 죽였고, 말을 타고 친구들과 여행을 다녔다. 내가 날고 싶을 때 하늘을 새처럼 훨훨 날아다닐 수 있었고, 지나가는 전철도 세울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환상이 깨고 나면 본드를 하기전보다 훨씬 더 힘든 현실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힘든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다시 본드를 하게 되었고, 이런 상황 속에서 집과 학교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되었으며, 학교 밖의 친구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본드를 마시고 나무에 올라갔던 한 친구가 하늘을 난다고 나무에서 날개짓을 하며 땅에 떨어졌고, 그 친구는 하반신 불구가 되어 오줌과 똥을 배설할 때마다 도움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그 사고가 있은 후 우리는 한동안 주춤거렸지만 우리들의 환각여행이 멈추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 후로도 수많은 사고가 있었다. 한날은 둘러앉아서 같이 본드를 하던 친구가 자기의 본드주머니를 빼앗았다는 이유로 빼앗은 친구의 등을 과도로 찌르는 사고가 생겼고, 사고를 당한 친구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본드에 취해 있을 때는 그런 충동적 행위가 어떤 결과를 빚을지 우린 알 수 없었다. 본드를 하면 강.절도와 강간등 범죄를 일삼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부터 내 정서속에 자리하고 있던 하나님을 믿던 실날같은 내 종교적 신앙양심은 꿈틀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본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범죄가 싫었던 것이었다.
내가 본드를 중단하기엔 난 너무 본드와 친해 있었고, 내 환경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매일 본드만 하면 범죄를 일삼던 친구들의 범죄행각은 대범하고 잔인해져 갔다.
한날은 같이 본드하고 어울리던 여자아이 하나를 십여 명이 집단 성폭행 하는 일이 있었는데, 여자아이도 본드를 같이 했기에 그런 짐승 같은 행위에 아무런 저항 없이 응하는 것을 보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전에 한 두명이 때때로 서로 아무 저항 없이 그런 일 들을 벌이긴 했지만 그 날 학교에서 막 친구들이 모이는 곳에 돌아온 난 본드를 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 모습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물론 나도 본드를 그 날같이 했었다면 윤리나 도덕을 잊은 채 본드에 취한 상태가 되어 동참했을 것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본드를 같이하면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아무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일종의 즐거움과 쾌감을 수반한 놀이로만 보게 되었다. 아무튼 본드만 하면 옷이나 얼굴에 뭍고 냄새가 나서 종종 주위 어른께 야단을 맞게되는 것이 싫어 대체약물을 찾던 내게 그 사건은 본드를 멀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차츰 본드를 같이하던 친구들과도 멀어지게 되었고, 난 A도시에서 학교 다니던 친구들을 통해 약(속칭 : 땅콩, 러미라, 아티반, 루비킹)을 알게 되었다. 본드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기는 했으나 본드처럼 냄새가 심하게 나서 주위에 걸리고 하는 일은 없었다. 처음에 스무알 정도로 시작한 약은 점점 액에 대한 내성으로 인해 양이 늘어갔고, 소위말하는 충전(처음먹었을 때 알 수의 반 정도를 약의 효과를 가중시키는 방법으로 첨가)이라는 것을 하다보면 보통사람의 치사량인 수십 알씩 먹곤 했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도 없었고 어떤 땐 기절도 해서 병원에 실려갈 때도 있었다. 그리고 약 먹고 한 행동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그런 현상들이 내게 자주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고3이 되었고, 전학간 학교 담임선생님의 극진하신 배려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출석일수 미달 등 많은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담임선생님은 날 구제해 주셨다.
그 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동네 선배들을 쫓아서 일종의 조직이란 것에 가담했고, 그러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술집의 지배인 같은 거였다.
|
HOME l 상담 및 마약류회복 l 마약류 회복관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