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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된 우리 남편에게 처음 주어진 일은, 2-3년간 약에 찌들어 지낸 30대 초반의 한 청년과 상담하는 일이었다. 말이 청년이지, 이 아이는 매일 약만 먹고 방 안에만 틀어 박혀 강아지랑 놀던 -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다 자라지 못한 아이였다. 이 아이는 남편에게 상담 받으며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고통을 털어놓았고, 몹시 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떡 공장에 아이가 약을 갖고 오는 일이 생겼다. 처음에 약이 없다고 우기는 아이, 그러나 숨긴 약을 찾는데 도사인 우리 남편은 아이의 바지 발목에서 약을 찾아내었다. 일단, 아이가 약을 못하게 막았으나 약을 본 순간 스스로 유혹에 흔들리기 시작한 남편....... ‘이걸 버려야하나? 말아야 하나, 아깝다. 먹고 싶다’ 는 생각이 남편 머릿속에 꽉 찼다고 한다. 화장실에 약을 버리려고 갔다가 그냥 돌아오기를 수차례. ‘안 들키게 딱 10알만 먹을까?’ 등 온갖 잡생각에 남편은 미칠 것만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나 힘겨운 내적싸움을 마치고 약을 변기에 쏟아 버릴 수 있었다는 남편은 ‘내가 재활팀장 아니면, 벌써 약을 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내가 약을 끊는다고 끊었지만, 일단 보기만 하면 힘들어지는 자신의 모습이 몹시 초라하고 비참했다고 울먹였다. (※ 일단 약게 되면 하고 싶은 충동을 중독자라면 누구나 느낀다. 약물 중독은 일종의 병이다 - 약물상담실 주)
그 당시, 남편은 회복과 씨름했고, 나는 남편에게 ‘남편의 자리’를 내어주는 문제를 가지고 씨름했다. 즉, 전에는 정상적인 남편 구실조차 하기 어려웠던 사람이 이제 와서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때면 나는 참을 수 없었다. ‘니가 언제부터 우리 집 가장이었어?’라는 생각과 동시에 남편의 일거수 일투족이 거슬렸다. 과거, 마누라가 옆에 없으면 혼자 비디오 빌리러 가는 것도 힘들어 했던 우리 남편....... 약이 없으면 밖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잦은 구치소 생활로 조금씩 사회 적응력을 잃어버린 그 이. 하지만 <재활 공동체>의 팀장을 맡으며 우리 남편은 처음으로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약 없이 사는 삶과 일상생활의 적응력도 키워갔다. 예를 들어, 떡 공장 일을 하며 처음으로 남편은 은행에서 입․출금 처리하는 것을 배웠다. 그런 남편을 곁에서 도와주며, 나는 ‘관계의 균형’을 이루려고 노력했다. 즉, 약은 끊었지만 앞으로도 회복을 위해 먼 길을 가야 하는 그이를 위해 나는 남편의 회복을 조급하게 채근하지 않았다. 또, 그동안 남편의 몫까지 해왔던 나의 역할들을 이제 남편에게 조금씩 되돌려주기 시작했다. 처음 3년간은 그렇게 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상대를 향한 기다림은 서로를 성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서로가 함께 회복되었다. 또 약으로 인해 묻혀 있었던 우리 남편의 자신감과 책임감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날마다 치유되었고, 온 가족의 정신질환도 언제 있었냐는 듯 씻은 듯이 사라졌다.
모두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온 가족의 회복을 지켜보는 일이 나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물론, 어느 한 순간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도, 여러 작은 고비들을 넘기고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 가족들은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글쎄, 약물중독자의 아내로 다시 태어나고 싶을까? 그건, 하늘의 뜻이니 나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과 같은 과정을 다시 겪어야 한다면 지금까지의 경험을 모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어릴 적 꿈은 ‘현모양처’였다. 그리고 나는 기독교인이다. 또 나는 어려서부터 책임감 있는 아이였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과 5남매 속에서 자란 덕에 나는 내 일은 알아서 하고, 형제끼리 도와가며 사는 게 당연했다. 반면, 우리 남편은 강한 어머니 밑에서 과보호를 받으며 경제적으로도 부유하게 자랐다. 어쩌면 서로의 성장 배경과 나의 ‘현모양처’의 꿈, 그리고 신앙적인 힘이 합쳐져 지난 17년간 아내의 자리를 지켰는지도 모른다. 나야,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그 길을, 내 앞에 어떤 고통이 있는지 모른 채 달려왔고~ 다행히 남편이 약을 중단해 주었지만....... 과거의 우리 가족처럼, 어딘가에서 남모르게 눈물 흘리고 있을 약물 의존자 가족들을 떠올리면 슬프다. 그들은 어디서 힘과 위로를 받는다는 말인가?
행여,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혹시 가족이 약물로 고통 받는 분이 있다면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말고 당장, 외부의 도움을 받기 바란다. 회복은 어딘가에 있다.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며 회복과정에는 수많은 고비가 존재하기에 ‘오늘의 인내’가 필요하다. 인내란, 바로 ‘오늘 하루를 더 견디어 보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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