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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때문에 아이들마저 병들었다. 큰 나이는 틱(눈, 얼굴, 몸 등을 떠는 일종의 심리 불안증세)장애, 작은 아이에게는 자폐증상이 생긴 것이다. 그런 자식들을 볼 때마다, 나는 갈등했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꼭 있어야 하나?’, ‘가정을 유지한다는 결심 때문에 자식들을 희생 시키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한편, ‘아직 30대 인데 아무것이라도 하면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아버지가 변변히 구실을 못하지만 없는 것 보단 있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마음도 들었다. 한 사람으로 인해 너무나 여러 사람이 울고, 웃는 것 같았다. 약물중독자인 남편으로 인해 나는 우울증, 큰 아이는 틱 장애, 작은 아이는 자폐증이라니! 온 가족이 정신병에 걸려버렸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한 병은 사회로부터의 고립이었다. 예를 들어, 나는 이웃집 부인들과 전혀 어울릴 수 없었다. 기껏해야 남편 돈벌이나 승진 타령을 하는 이웃집 마누라들 앞에서 ‘내일 우리 남편 면회 가는데, 애들을 누구한테 맡기지?’식의 고민을 말할 수 있겠는가? 중독자인 남편으로 인해 나마져 마치 약물중독자인 양, 이웃과 사회 속에서 움츠러들었다. 친정과의 연락도 뜸해졌다. 어쩌다 아버지 생신이나 명절이 되면, -애가 아파 못 간다는 등- 수많은 핑계를 댔다. 형제들은 내 신랑이 하도 교도소를 왔다 갔다 하니까 급기야는, 나에게 빙빙～ 돌려가며 말했다.
‘너는 하필이면 그런 놈을 만나서～ 너도 정신 차려～!’
마약으로 인해 남편이 교도소에 자주 드나들수록, 우리 집은 외부와의 접촉이 점점 끊겼다.
그러던 어느 날, TV를 보다 운 적이 있었다.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프로인데, 어느 약물중독자가 우여곡절 끝에 약에서 벗어나 지금은 전도사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프로를 본 지 약 6개월 후, 남편은 약물로 또 구속되었다. 이미 지칠 때로 지쳐버린 나는 6개월 전 방송에서 본 그 주인공을 꼭 만나보고 싶었다. 하지만 연락처를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런 일로 방송국에 전화하기엔 더더욱 용기가 없었다. 그 때 마침, 우리 집을 위해 기도해오던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막내야, 뭐하니?” 언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난 짜증부터 냈다. 남편이 또 교도소에 들어갔다는 말을 하기 싫어서 전화건, 뭐건 무조건 피하고 싶었다. “아침부터 왜?” 괜히 퉁명스럽게 화를 내는 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언니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본론에 들어갔다. “막내야～ 국민일보에 이상한 기사가 났어. 마약중독자인데 지금은 약을 안 하고 전도사래. 그 사람 한 번 만나봐” - 찰칵! 내가 찾던 그 전도사였다! 언니가 신문기사의 하단에 조그맣게 나온 그 분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전도사님은 자신이 회복하고, 여러 곳에서 인터뷰를 했지만 개인연락처를 남긴 적은 국민일보가 처음이란다. 그리고 그 신문기사를 보고 전화를 건 사람도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하니! 오직, 나 한사람을 위해 나를 위해 뿌려진 신문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 우연치고는 너무나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약 끊고 싶으면, 인천으로 이사와”
단약을 했다는 전도사의 제안이었다. 약을 끊었다니까, 이제까지 약 끊은 사람을 못 봤는데 약 끊은 사람의 처방이 그렇다면 - 나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여기며 당장 이사를 서둘렀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내 손으로 신고해서 남편을 교도소에도 보내보고, 정신 병원에 가둔 적도 있었는데, 남편은 못 끊었다. 일단, 약을 안 하려면 약을 공급해주던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주변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전도사 (지금은 목사님이 되셨다.)의 말에 우리 가족은 서울을 떠나 인천에 왔다. 그리고 남편은 교도소에서 나온 지 3개월 만에, 중독자들의 회복을 돕는 떡 공장의 팀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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