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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경험자 S씨의 이야기 - 자유인이 된 도둑(4)
약물로는 이제 더 이상 내 심령이 위로 받지 못하게 되었고, 그런 나는 밤만 되면 자동차로 죽음의 레이스를 펼치기 시작했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이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라면 무언가 남들이 알아줄 수 있는 족적을 남기고 떠나자는 발상이었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운전이었다. 남들보다 운전을 잘 할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힌 나는 약물에 취해서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죽음의 레이스를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카레이서가 되어 보겠다는 착각이었다.
밤이면 달리기 시작했고,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굽이진 길만 찾아다니면서 오직 스피드에 심취해 있었다.
그로 인해 3번의 대형사고를 당했다. 자동차는 모두 폐차가 되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두 번째 사고 때 어깨가 으스러져서 병원에 입원하기는 했으나 나머지 두 번의 사고에서는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은 기적 같은 사고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하나님이 아직도 세상에서 할 일이 남아서 살려주셨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를 했다. 나 또한 마지막 사고가 나는 그 순간에 날 살려주시면 하나님을 믿겠다고 순간적인 기도를 하며 “꽝”하는 소리와 함께 의식을 잃어버렸던 것이 기억났다.
그 마지막 사고가 나면서 내 마음에 동요가 있었고, 그 동안 눈물로 십여 년이 넘도록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으신 내 어머니의 간곡한 권유로 D지역에 있는 한 수도원을 찾게 되었다. 난 수도원에서 40여 일을 남을 위해 봉사하면서 난생처음 행복감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그 곳에서 하산하기 얼마 전 엄청난 신앙적 체험을 하게 되었다. 살아있는 모든 피조물을 보면서 하나님의 존재하심을 깨닫는 은혜의 체험을 할 수 있었고 처음으로 육체적인 평안과 영적 자유를 체험 할 수 있었다. 비록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기에 바라지 않았지만 최소한 약물을 단약(斷藥) 할 수 있을 것이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수도원을 내려왔고 단약(斷藥)은 물론 담배마저도 끊고, 형이 경영하는 건물관리 용역회사에서 운전과 남의 건물 청소를 하는 청소부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몇 년 동안 나지 않던 내 머리도 나기 시작하는 기적이 일어났고, 하루하루 삶이 즐겁게만 이어졌다.
그런 내게 삶이 무너지는 유혹의 손길이 다가왔다. 나와 가장 친했고, 늘 나와 함께 약물을 같이 하던 친구가 약물로 인한 가정파탄으로 이혼을 결심하고 외국으로 떠나겠다며 같이 외국으로 가자는 거였다.
그 친구는 호주에 가서 망가진 삶을 다시 시작하자고 했고, 내겐 그 동안 이루려던 카레이서의 길을 가라는 권유를 했다. 나는 그 친구를 뿌리칠 수 없었다.
많았던 친구들을 약물로 다 잃어버리고, 내게 남은 유일한 친구였으며, 그 친구의 이혼이 나와 같이 약물에 빠져서 가정을 뺑겨치고, 돌보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난 그 친구를 혼자 버려 둘 수가 없었다. 우리 두 사람은 호주라는 낯선 땅으로 떠나게 되었고, 점차 그곳의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갔다. 하지만 그 친구는 그때까지도 약물을 하고 있던 터라 외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타향살이에서 느끼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약물로 달래곤 하였다.
점점 더 생활은 엉망이 되어갔고, 당초 계획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으며, 우리의 생활은 마약과 도박으로 이어지는 삶으로 변해버렸다.
한 동안 친구의 모습에 미혹되지 않고 신앙의 절개로 단약(斷藥)과 금연(禁煙)을 고집했던 나는 둘만의 생활 공간에서 매일같이 행하여지는 마약과 호텔의 카지노 도박 앞에 뿌리가 없는 내 신앙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난 무너졌다. 그 동안의 신앙체험으로 느꼈던 기쁨과 단약(斷藥) 등 모든 것을 잃고 전보다 더 깊은 공허함에 자포자기해 버렸다. 결국 마약과 도박으로 이어지던 우리의 외국생활은 6개월이란 시간만에 꿈과 소망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했다.
그러던 중에 나의 홀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 소식에 외국생활을 청산하고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어머니는 기적적으로 완치되셨지만 나는 다시 탈모가 시작되었고, 그러면서 내 생활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방탕으로 이어져 갔다.
나는 가까운 친구로부터 히로뽕(속칭 : 끈끈이 술)을 알게 되었고, 각종마약을 접하면서 더욱 나의 정신세계는 황폐해져 갔다. 유흥비 마련과 마약을 접하기 위해서 적게는 수 천만원, 많게는 수 억대의 도박판(일명 : 하우스)를 개장해서 자금을 만들어 갔다. 그러면서 친구와 같이 카페와 사채에도 손을 대었지만 마약으로 황폐해져 있는 우리는 그런 것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마저도 없었고, 기껏해야 도박판을 관리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우린 구속되었다. 십 수년 동안 요행도 따랐고, 마약사범이 과거 경찰의 수사 통제에 있었기에 마약 전과 없이 잘도 피해 다녔지만 결국 마약 전과자라는 오범을 남기게 되었다.
서른 살을 넘기면서 이런 신상의 문제와 함께 신체적으로 엄청난 금단현상이 몰려왔다. 어떤 약물이고 공통적으로 찾아오는 극심한 무력감과 우울증, 부분적인 기억상실 등이었다.
처음 히로뽕을 접했을 때는 세상의 모든 것을 움켜쥔 것과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했었고, 안개로 인해 뿌옇게 흐려졌던 날씨가 갑자기 티없이 맑고 깨끗한 날씨로 변하는 것과 같은 상쾌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하지만 투약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히로뽕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보다 휠씬 빠르게 금단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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