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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17세에 처음 약을 접했고, 본드부터 시작해서 러미라, 대마초, 히로뽕의 순서를 거쳤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한 직 후, 지금의 남편을 만났는데 처음부터 뭔가 예사롭진 않았다. 남편과 함께 술집 가서 술 마시면 남편과 함께 온 친구들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자기들끼리 즐거워했고, 남편의 친구들은 가끔 옆 테이블의 여자에게 추군 거리가나 폭력을 쓰기도 했다.그러나 그때는 남편과 친구들이 약을 해서 나타낸 증상이라고는 나는 거의 짐작하지도 못했고, 그냥 술을 심하게 마셔서 그러나보다 했다. 우리 집안은 신앙을 가지고 있는 집안이라 경찰서, 구치소 이런 거와는 거리가 먼 문화였고 ‘본드’ 이런 말을 들으면 ‘아, 본드 하는 학생들이 있다더라.’정도로만 받아들였다. 그래서 본드나 약물이 그렇게 무서운 것인지는 몰랐고,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는지는 더더욱 몰랐고, 또 약이란 그냥 하다가 어느 날 안하면 안할 수 있는 그런 것인 줄 알았다. * 오히려 그 당시, 내가 본 남편은 너무 착한 사람이었다. 중학교 까지는 공부를 잘해서 전교회장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의 어머니가 성격이 워낙 강해서 어려서부터 자식을 좌지우지하는 스타일이었고 남편은 그런 어머니 그늘에서 자라서 그런지 공부는 잘했지만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식당가서 밥 먹다가 반찬 떨어지고 해도 누가 대신 말해주기 전까지는 아줌마에게 더 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던 남편이 고등학교 들어가서 본드 배우기 시작하며 내성적인 부분들을 약을 하며 풀었다고 한다. 즉, 평소 말을 잘 할 수 있어도 하지 못했던 부분도 약을 하면 자신감이 생겨 다른 사람들 앞에 거리낌 없이 나설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약을 한다는 것 자체는 당연히 일반 학생과 비교해 볼 때 스스로 죄책감과 자괴감이 들게 하는 일이었고 결국, 남편은 학교 부적응 때문에 고등학교를 퇴학 맞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남편이 사고를 저지르면 뒤에서 다 해결해 주셨다. 그것이 결국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나중에는 알았지만, 꾀 오랜 시간 어머니께서 그렇게 하셨다. 예를 들어 남편이 약 때문에 감옥에 들어갔을 때에도 시어머니는 당연하게 사줘야 하는 것처럼 영치물을 가득 넣어주시곤 했다. 그래서 계란이나 우유 같은 것을 나눠먹으라고 아예 박스 채 넣어주셨고, 남편은 감옥생활을 하며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답답하고 자유가 없긴 해도 어머니의 뒤치다꺼리로 인하여 별로 불편한 것이 없었다. 나 또한 남편이 약 때문에 감옥에 갇혔어도 이 사람은 잘만 인도 해주면 앞으로 잘 살아갈 사람이다. 도와만 주면 미래에는 충분히 약을 안 하고 살아갈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내 친구니까, 내 친구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어리니까 하며 가줘야 한다고 생각한 교도소 면회가 나중엔 매일 면회 가는 것으로 변했다. 그것도 모자라 나는 남편에게 많은 편지를 썼고 때문에 오히려 남편과 만나면 대화거리가 궁해질 지경이었다. 남편은 처음엔 내가 기다릴 거란 생각은 안했고, ‘한두 번 오다가 안 오겠지’라고 생각하다 꾸준히 찾아오는 나를 보고 ‘이 여자는 다른 여자와 다르구나 생각하고 꼭 잡아야 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남편과는 정반대로 성격이 강하고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 그 당시, 남편의 온순하고 내성적인 부분이 한없이 착하고 순수함으로 다가왔고, 감옥을 매일 가면서도 지겹다는 생각보단 좋아하는 사람이 기다라는 곳이라는 생각과 함께 매일 남편의 얼굴을 직접보고 확인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곤 했다. 나중엔 마치 내가 남편을 ‘관리’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 처음에는 하루 이틀만 집을 나와 외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남편의 면회’를 다니려고 그러나 집에는 사실대로 말할 수 없으니까 아는 친구 집에 잠시 다녀오겠다고 말하면서 짐을 싸서 나왔다. 그러나 매일 교도소에 들랄 날락 해야 하는 생활은 쉽지 않았다. 나는 곧 시어머니 집에 며칠 머물면서 면회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예 남편과의 동거생활로 이어졌다. 그리고 내 나이 20살에 시작한 면회생활이 남편의 잦은 약물남용으로 25살이 되도록 끝나지 않았다. 내가 25살이 되었을 때는 나는 이미 일반적인 여자들이 그 나이 또래에 할 수 있는 생활과는 아주 멀어졌다. 예를 들어, 또래 친구들끼리 만나서 ‘어디 놀러갈까?’ 하며 즐거워하고 마음 설레어하는 그런 경험이 나에겐 없다. 간간히 직장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편을 돌보느라 회식이나 야유회 같은 것은 모조리 빠졌다. 당연히 나는 점점 남편과 약 외의 생활에서는 점점 고립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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