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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복의 旅程에서 길을 묻다.
마약중독이 아닌 약물의존이라는 의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단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재발은 일상적인 현상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무의미한 재발이 아닌 재발에서 획득하는 교훈이라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공주 치료감호소에서 출소한 직후 나는 3번의 재발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 이전의 재발과는 확연히 달랐던 것은 내가 그 3번의 재발에서 아주 큰 교훈을 체득 하였다는 것이다. 처음 재발하고 곧바로 국립부곡병원으로 내 스스로 입원하였고 처음 입원은 겨우 일주일에 불과했다. 밖에 남아있는 약이 있었기에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내세워 퇴원하였고 남아있던 필로폰을 계속 투약하였다.
두 번째 재발 했을 때 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지나친 투약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른 족 발목 아래로 완전한 마비 상태가 왔고 마비된 발을 질질 끌며 매우 심한 환청에 시달리며 구급차를 대절하여 국립부곡병원에 재입원 하였고 내 발의 마비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신 권 도훈 박사님은 내게 정밀진단을 권유하셨다. 인천 길병원 신경외과에 MRI와 CT촬영 근전도 검사를 예약하였으나 약물에 취한 나는 두 번이나 예약을 펑크 내야만 했다. 다리와 허리 두 군데에 대한 정밀검사에도 불구하고 마비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모텔과 약물을 하는 후배의 집을 전전하며 가지고 있던 필로폰의 전부를 소진하고서야 다리라도 고치고 약을 하라는 어머니의 권유에 못 이겨 3번째의 입원을 하게 되었다. 단약을 하겠다는 굳은 결심도 이미 흐트러질 데로 흐트러져 있었고 그저 막연하게 약물을 당분간 하지 않으면 마비된 내 다리가 정상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하의 입원 이었다. 외래 병원으로 물리 치료를 다녔었는데 보름이 지나도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그러던 즈음의 비 내리던 어느 날 우산을 쓰고 외래병원까지의 약 300미터의 길을 마비된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문득 우산을 걷고 비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내리는 빗방울을 그대로 맞은 채로 그 어떤 “위대한 힘”이 진정으로 존재한다면 내 마비된 다리를 고쳐주시라고 진실로 절박한 갈구하는 마음으로 절규하였고 만일 이 같은 내 절규에 부응 하신다면 내가 지닌 최선의 정직함으로 단약을 행하겠다고 하늘과 내 자신에게 맹서 하였다. 나의 절박한 갈구에 대한 “위대한 힘”의 응답은 놀랍게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샤워를 마치고 내 병상에 걸터앉은 나의 오른발 엄지발가락이 움직이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왔던 것이다. 아주 미세한 떨림과도 같은 움직임이 시작된 이후 급격히 마비증상은 호전되어 갔다. 그와 더불어 불규칙적이고 나태했던 나의 입원생활도 바뀌어 갔고 차츰 정직해져 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처음으로 약물 앞에서 거절의 경험을 축적한 것도 바로 그 시기였다. 도피처 삼아 입원 했던 한 후배가 건넨 5회분의 필로폰을 많은 갈등 끝이긴 하였지만 투약하지 않고 버렸던 것이다. 비트겐슈타인 이었던가? “한번 일어난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한번 도 일어나지 않는 일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말한 독일의 철학자가...............
나의 약물의존 잔혹사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눈앞에 펼쳐진 유혹 앞에서의 거절”이 한번 일어난 이후로 그 일은 거듭 일어나는 일이 되었다. 일상다반사는 아니었지만 그것은 그전의 나로서는 한 번도 행한 적이 없는 일 이었다. 그 같은 내공을 내게 전수해준 분이 국립부곡병원의 의료부장님이신 권 도훈 박사님이시고 처음에 박사님은 “당신은 절대로 약을 끊을 수 없다”는 반어법으로 나에게 동기부여를 하여주셨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5개월에 걸친 입원 생활의 끝 무렵에 원광 디지털 대학교의 약물재활복지학과 학과장이신 주 일경 교수님을 알게 되었다. 비 경험자 출신이시지만 약물 의존 자 들의 재활과 복지에 헌신적인 열정을 가지신 분 이었고 척박한 우리나라의 약물재활복지학의 선구자이시자 태두와도 같은 분과의 인연이 입원 생활 중에 나를 찾아왔다. 그 인연은 나에겐 축복과도 같은 인연이었음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병원이라는 안정된 환경에서의 단약의 유지였지만 이미 나는 많이 변해 있었다. 겸손과 정직이라는 소중한 덕목이 나의 피폐된 영혼 속에서 그 부피를 늘려가고 있었음을 나는 기억할 수 있다. 그해 겨울이 지나고 2008년 3월 나는 원광 디지털 대학교 약물재활 복지학과 3학년에 편입하였고 나의 主敵인 필로폰이라는 약물에 대하여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지식에서 벗어나 맞서 싸울 수 있을 정도의 체계적인 지식과 효과적인 대응책과 재발의 매커니즘, 재발의 경고 징후들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의지처럼 굳은 것도 없겠지만 때때로 인간의 의지는 카멜레온처럼 가변적이고터무니 없이 약할 수 있는 것임에 의존 자 들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도 이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론적으로 “바닥”을 경험한 자만이 단약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바닥”을 아무리 많이 치더라도 모두가 단약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도 전국의 교도소에 수감 중인 대략 팔천여명의 마약사범들의 존재가 그것을 증명하니까 말이다. 어찌 생각하면 “단약”이라는 말은 참으로 교만한 어휘라고 생각한다. 마약중독자들에게 있어선 더더욱 그러하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약물사용을 중지하고 있고 그 같은 중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옳다. 필로폰 사용의 중지와 중지의 유지에는 참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을 게을리 할 때 재발은 필연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경험칙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 같은 실패의 경험에서 나는 늘 교훈을 얻어왔다. 처음 약물을 시작했던 때의 도덕성이나 윤리관보다 엄격한 가치관의 재정립 없이는 일시적인 단약의 성공은 있을지 몰라도 오래가지 못한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엉성한 자기 연민에 빠지기보다는 진정한 자아존중감을 가져야 한다. 겸손과 정직의 토대위에서 자란 진정한 자아존중감은 나를 아끼고 사랑함에서부터 출발하여 타인에 대한 사랑 세상에 대한 사랑과 이타심으로 승화되며 갈망 앞에서도 초연해 질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이제 필로폰 사용을 중단하고 그 중단의 유지를 실천한지 3년째이다. 비경험자들에게 3년은 “겨우”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벌써”3년 이라는 느낌이다. “출구 전략”이 중요한 것은 비단 경제학의 문제만은 아니고 “의존증”에 있어서도 여하히 중요하다. 약물을 하게 된 동기나 계기는 각자 다를지 몰라도 단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의 성공엔 거의 비슷한 과정이 뒤따르는 것 같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자신이 중독자임을 인정하는 것에서 단약으로 이르는 성공의 오솔길이 열리는 것을 나는 경험하였다. 내게 필로폰을 가르쳐준 사람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 누군가에겐 내 자신 필로폰을 끊을 수 있는 최소한의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지금 이 순간 절실히 염원한다. 47세의 나이에 시작한 약물재활에 대한 공부가 어느덧 졸업학기에 이르렀다. 나에겐 아직도 산적한 해결과제가 많다. 가족과의 진정한 화해가 첫 번째일 것이고 그 진정한 화해를 이루기 위해 나는 헛되이 흘려보낸 시간들을 의미 있는 시간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내 아들들이 “아빠의 不在”에서 느꼈을 설움에 대한 보상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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