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7(12:18:18)/ 121.143.2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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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마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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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몰입기(沒入期)
1995년 12월 18일 처음으로 구속되었다. 다른 초범인 투약사범들은 금방 나오는 첫 번째 구속에서 6개월간 옥살이를 하였다. 일탈의 대가로 6개월의 구속은 내겐 너무 길게 느껴졌고 알량한 명예욕과 같쟎은 자존심덩어리였던 당시의 나는 그 시간들이 나의 교만함의 대가로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었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5대 일간지에 실명으로 사건이 보도되었고 그때의 내가 느낀 상실감은 거의 절망수준이었다. 더욱이 내 어머니의 신고로 사건화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느낀 절망만큼이나 분노했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어머니의 신고는 계속되었다. 무려 네 번씩이나 더.................
더불어 내 맘속에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분노의 크기도 그 횟수에 비례했다. 1996년 안양교도소에서 출소한 후 1998년 의정부 교도소, 2001년 대전교도소, 2003년 전주 교도소, 2006년 공주 치료 감호소에서 출소 하였다. 도합 5년 7개월의 시간을 필로폰으로 인해 감옥에서 보내야만 했다. 아내가 나를 떠나간 것은 대전교도소에서 출소하여 다시 필로폰에 손을 덴 직후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 자신이 가정과 가족 보다는 필로폰을 선택한 것이리라. 의정부 교도소에서의 수감기간동안 선친께서 작고하셨고 임종도 지키지 못하였고 외아들인 나는 변호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5일간 형집행정지의 특혜(?)를 입어 선친의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나의 수감과 더불어 선친의 작고로 가업이었던 유리 유통업체는 풍비박산이 되었고 출소해보니 소유하고 있던 선박과 중장비들은 나의 일탈을 염려한 어머니께서 모두 헐값에 처분하셨다.
그때의 나는 내가 할일은 계속 필로폰을 투약함으로서 내 자신을 더욱더 망가뜨려서 어머니의 선택인 “사법적 처벌”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표출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내 인생이 결코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치졸함과 용렬함에 빠져있었던 당시의 나는 알지 못했었다.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느냐고 묻는 다면 난 할 말이 없다. 그 당시의 나는 사실 그랬으니까. 마약이 나의 사고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혹은 내가 천성적으로 그렇게 나쁜 놈 이었는지는 지금도 확실치 않다. 아니면 둘 다 였었는지도......
대전교도소에서 출소하여 이혼을 했고 전주교도소에서 출소해보니 아내와 아이들은 약쟁이 아버지가 창피해서인지 부산으로 이사를 했다. 그 소식을 접하고 난 그 같은 사실을 나에 대한 희망의 포기라는 선언으로 인식했다.
내가 누리고 가졌었던 모든 것들과 바꾼 것이 결국 필로폰이었고 되돌아 나오는 길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천부의 약쟁이가 아닌 이상 고달픈 감옥살이 속에서 뼈아픈 반성도 해 보았고 솔직히 어떻게든 재기하고 싶은 마음에 단약의 결심을 종종 한 적도 있었다. 얕은 결심으로 쉽게 끊을 수 있다면 결코 마약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을 것이다. 신체와 영혼 속에 깊이 각인된 유혹 바로 그것이 마약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이율배반적으로 나의 옥바라지는 늘 그랬듯이 어머니의 몫이었다. 깊숙이 들여다본다면 나의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애증은 결국 어린아이의 어머니에 대한 어리광에 다름 아닌 것임을 이제야 난 깨닫는다. 나이만 헛먹은 미숙한 정신박약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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