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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 的 藥物 依存 殘酷 史
장 민 기
알 파치노 주연의 “스카페이스”라는 영화를 보며 충격적이고 비극적 결말이었음에도 막연하게 마약에 대한 호기심과 일탈을 환상처럼 간직했던 것은 아마도 20대의 중반쯤 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직도 내 뇌리에 선명한 것은 마이애미의 하늘에 높이 뜬 비행선에 새겨져 있던 “THE WORLD IS YOURS"라는 상징적인 문구이다.
필로폰을 맨 처음 투약했을 때 내가 느낀 기분은 가히 “THE WORLD IS MINE" 이었다. 그 세상이 거짓과 고통 그리고 상처만이 가득한 환멸의 세상 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 수 없었다.
1.잔혹사의 서곡(蜜月期)
유년기의 나는 호승심을 제외하곤 모범적인 편이었고 명문대에 입학하여 미식축구선수로 활동하였고 졸업 후 가업인 유리 유통사업과 중장비사업에 뛰어 들었고 조그마한 해운 사업과 복층유리 제조업 등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두며 청년실업가로서 약간의 인정을 받는 20대를 보냈다.
같은 또래의 그것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서 출발하여 거둔 약간의 성공은 호승심을 넘어 교만함으로 나를 이끌었다. 도덕성이나 윤리관의 붕괴는 결코 한꺼번에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아주 작은 교만함이 가치관과 윤리관의 한 축을 무너뜨리고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도덕성의 함몰을 유도한다. 최소한 나의 경우는 그러했다.
20대의 마지막 해에 결혼을 하였고 가정을 꾸렸으나 경제적 능력은 갖추었으되 가장으로서의 성숙한 정서적 안정감이나 확고한 책임감 같은 중요한 요소는 결핍된 무자격자였음을 이제야 솔직히 인정 한다. 결혼이 인생에 있어서 갖는 중요한 의미를 알지 못했던 나는 그저 때가되었고 배우자로 적당한 사람이 생겼기에 느슨하고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고 성숙하지 못한 가장이 이끄는 가정이 평탄할 리는 없었다.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음을 그때의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문제의 본질에 마주서려 하기보단 “책임전가”와 문제에서 “도망치기”가 그때의 나의 선택이었다. 그때의 나에겐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는데 대마를 즐겨 피우던 한 후배에게서 대마흡연을 배우게 되었다. “단 한 번도 안 된다”는 마약의 길로 그렇게 스물스물 빠져 들어갔다. 한쪽 모퉁이가 무너진 제방은 더 이상 제방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원했던 것은 화목한 가정이었지만 나의 행동은 정반대였다. 좀 더 강한 자극 좀 더 강한 향락으로 나의 번민을 잊으려 했었다. 순결한 결혼의 약속 앞에서도 배신을 밥 먹듯이 했고 한해 걸러 태어난 두 아들들에게 참으로 무책임한 아버지였다. 집에 던져주는 몇 푼의 돈으로 가장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자위하였고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밤 생활과 여가의 대부분을 지인들과의 포커게임으로 보냈다.
필로폰과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바로 그때쯤 이었고 정확히는 1994년 8월 경 이었다. 사업목적과 향락을 겸해 필리핀을 가게 되었고 이국적인 풍광 속에서 일탈의 욕구가 샘솟았고 현지 가이드에게 약간의 마리화나를 구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는 약간의 마리화나와 함께 아주 적은 량의 흰색가루를 가져왔고 대마보다 더 좋은 것 이라며 투약을 권유했다. 처음엔 필로폰인줄 몰랐지만 그것은 변명의 사유가 되지 못하리라....이미 그때의 나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인간 이었기에.....
그 이후로 내 인생은 송두리 채 바뀌어 갔다. 흔히 이야기하는 마약과의 밀월 기가 시작되었고 평균 두 달에 한 번꼴로 필리핀과 마카오 등지를 사업을 핑계로 드나들며 상습적으로 필로폰을 구입하여 투약하였다. 그것도 모자라 국내에서 필로폰을 구입 투약하였고 외박과 결근은 당연히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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