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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이 약물로 심하게 방황하던 어느 날!(그 날은 제가 아이를 낳은 지 5일 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우리 남편은 심하게 약을 했고 급기야 ‘죽어가는 모습으로’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눈은 튀어 나오고, 입은 붓고, 얼굴은 새파랗게 질린 채 나타난 나의 남편!
남편은 거의 산송장이 되어 친구의 손에 실려 왔습니다. 이 날, 남편은 약을 팔아서 돈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부산에 내려갔는데 일단 약을 본 순간 자제하지 못하고 해버린 것입니다.
‘이거, 모조리 다 먹고 죽어버리자.’ 순간, 남편은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때문에 많은 약을 한꺼번에 먹고 화장실에서 비틀거리며 나왔는데 친구가 계속 남편을 사정없이 내리쳐서 살려 냈답니다. 자칫하면 많은 약물이 심장마비나 쇼크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남편은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저승사자를 보았답니다. 그리고 생과 사를 넘나드는 순간에 보이지 않는 신을 경험 했답니다.
그 이후로, 남편은 조금씩 보이지 않는 신에 대해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죽어가는 남편을 지켜보며 우리 남편이 참 불쌍한 사람이구나, 긍휼히 여겨야 겠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나의 이런 마음과는 달리 남편은 계속 약물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편은 경마를 심하게 해서 우리 집은 온통 빚쟁이들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저야 인내를 가지고 참는다 쳐도 아이들에겐 최악의 고통이었습니다. 약 먹고 큰 사건을 저지르지 않아도 일상자체가 고통이었습니다. 모든 약물 환자가 그렀듯이 우리 남편도 약을 하면 무엇엔가 비정상적으로 집착했고 약 기운이 풀릴 때까지 그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약에 취한 상태에서 집에 있는 신발장에 관심을 가지면 신발을 아예 다 꺼내놓거나 집안 물건을 모조리 뒤집어 놓는 행동을 했습니다. 저는 남편의 엽기적인 행동에 지쳐갔습니다. 주변에서도 처음엔 동정을 보였지만 나중엔 위급한 일이 생겨도 달려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도주를 결심했습니다. 봉고차를 구해서 집안 살림을 싣고 아이들과 시골로 도망갔습니다! 그 날로, 시골에 미리 알아둔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애들만큼은 아빠처럼 키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남편이 나를 정말 찾지 못하겠구나, 아이들과 평생 여기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 없는 며칠은 정말 평온했습니다.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정확히 15일 후, 평화를 깨는 벨소리가 울렸습니다. 남편이 찾아온 것입니다!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어찌나 놀라고 실망했는지 한없이 벼랑 끝으로 추락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 여길 찾아왔을까? 아이들과 봉고차로 도주할 당시, 이웃집 할머니가 차번호를 몰래 적어두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남편이 번호를 추적해서 용케 찾아온 것입니다. 매일같이 남편은 나를 찾아와 설득했습니다. 그것이 반복되자 나중에는 아예 시골집에서 살려고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시골생활을 접고 분당으로 이사 왔습니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 이렇게 사는 예전의 생활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남편은 매일같이 저를 속였습니다. 약 끊고 관광가이드 하겠다, 갈빗집 차리겠다 등등. 하지만 그때마다 남편은 돈을 타가서 약을 하고 경마를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제가 남편을 구속시켰습니다. 주변에선 매우 독한 여자라는 냉대를 보였지만 그 길만이 모두가 살 길 이었습니다. 동시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남편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기도 뿐 아니라 낮에는 남편의 빚을 갚기 위해 일을 하고 밤에는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했습니다. 그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교도소에 있어도 저는 더 가정을 잘 꾸리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날마다 극심한 허리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아이 낳고 허리 병이 생겼는데 일반인들과 같은 일을 할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하지만 가정 경제가 어렵다보니 하는 수 없이 동사무소를 찾았습니다. 동사무소 담당자를 붙들고 하소연해서 취로사업을 나갔습니다. 하루종일 할머니들과 잡초뜯기, 쓰레기분리수거를 했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구더기가 발목까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허리통증에 몸을 도무지 가눌 수 없는 날엔 중학생인 아들이 그 일을 대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로써 못 시킬일 시킨 것 같아 아이에게 두고두고 미안한데 우리아이는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참, 감사한 것은 누구보다도 힘들고 어렵게 자란 우리 아이들이 한 번도 엇나가지 않고 어머니 말에 지금까지 순종했다는 점입니다.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착하고 바라게 자란 우리 아이들을 보며 주변 사람들도 우리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취로사업 하는 동안 남편은 계속 교도소를 들락날락 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5번이나 신고했지만 나중에는 남편이 자진해서 가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교도소 들어간 사이 저는 꾸준히 취로사업, 우유배달, 신문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출소해서 집에 있는 날이면 남편도 저를 거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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