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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부터 돈 2억을 챙겨든 남편은 당장 이혼을 해 주었습니다. 남편은 경마로 탕진한 빚을 그 돈으로 다 갚고, 저에게 남은 돈 700만원을 돌려주었습니다. 남편의 행동에 고맙다고 웃어야 할 지 울어야할 지모를 심정으로 저는 남편에게서 도망치듯 떠났습니다. 서로 갈라서자마자 갈 곳 없는 남편은 허름한 서울역 여관에서 깡패 친구들과 어울리며 허랑방탕한 삶을 살았고, 저는 혼자된 몸으로 하나님께 매달리며 저의 앞날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 막연하기만 한 제 앞날 보단 남편의 모습이 눈앞에 자꾸 어른거리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편을 위한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죽어도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나를 극심한 고통에 빠뜨린 사람인데, 하나님은 남편이 꼭 회복될 것이라는 - 지금의 상황과는 정반대인 확신 을 주셨습니다. 그 강렬한 확신은 제 이성과 감정을 넘어선 것이었고, 그 생각에 이끌려 저는 다시 제 손으로 헤어진 남편을 찾아 서울역으로 향했습니다.
제 발로 찾아온 나를 보고 남편은 몹시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만성적인 빚 독촉으로 가정이 어려웠는데 남편이 여기저기서 빚을 막을 또 다른 돈을 빚을 져서 얻어왔고, 저희는 사놓은 땅에서 들어오는 돈으로 넉넉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이제 건전한 생활을 하자, 교회 같이 나가고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자고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곧 또 다시 약을 찾아 자기세계로 가버렸습니다. 남편이 약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던 신혼 초가 1차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약과의 전쟁’ 2차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남편은 약에 잔뜩 취해 집에 와서 가족들을 괴롭힌 후 어느 정도 약이 깨면 또다시 약을 하러 나갔습니다. 즉, 이태원이나 서울역에서 혼자 또는 친구들과 실컷 즐기고 취한 채 집에 들어와서, 잠시 쉬다가 목욕탕이나 사우나 가서 몸을 풀고 좀 정신이 맑아지면 또 다시 약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으로 헤매는 생활이 지속되었습니다.
약물 사용이 심해지자 남편에게도 정신병 증세가 나타났고, 급기야 식구들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약에 취하면 약물환자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의심증과 환각, 편집증 등이 남편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약에 취해 있을 때에는 아무런 대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약이 깬 후에도 남편은 집요하게 성관계를 요구했고, 심지어 정신병적 증세가 심해져서 이 여자도 나처럼 약을 했다, 혹은 잠시 슈퍼 다녀와도 너 어느 남자하고 놀아났느냐고 의처증 증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번은 저와 제 아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까지 생겼습니다. 제 아이가 4살이었을 때 제가 한 밤중에 침대에서 자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그때도 약에 잔뜩 취해있던 남편은 또 환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갑자기 칼을 들고 와서 침대에서 자고 있던 저를 깨워 말했습니다.
‘오우~~ 당신 엉덩이에 남자가 붙어있네. 가만있어. 내가 당신은 다치지 않게 떼어줄게.’ 식칼을 들고 와서 저에게 들이대는 남편의 행동에 저의 온몸과 정신은 마비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약에 취한지라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고 생사를 가르는 갈림길에서 저는 하나님께 그저 ‘살려만 달라고’기도 했습니다. 남편은 제 몸을 칼로 한 시간 동안 샅샅이 긁어댔습니다. 찌르지 않고 글어댔으니 제 몸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남편의 행동은 어떻게 돌변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한참 제 몸을 긁고 난 남편은 이번엔 남자가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며 제가 자고 있던 침대를 본격적으로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침대를 강하게 찌르는지 매트리스의 솜이 빠져나와 온 바닥에 흩날렸습니다. 저는 제 옆, 아기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이를 얼른 안아서 날이 밝을 때까지 이웃집에 피신해 있었습니다. 새벽이 되자 남편은 서서히 약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악몽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한번은 남편이 약물에 취한 채 창문에 기대어 서서 아이를 안고 아이 얼굴을 밤새도록 때린 적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도 남편이 약에 취해서 공포증이 밀려와서 한 정신병적 행동이었고, 아이가 잠들어서는 안 된다는 망상 때문에 아이 얼굴을 찰싹찰싹 때린 정도였지만 약에서 깰 때까지 밤새도록 맞은 아이의 얼굴의 멍자국은 15일 간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수박얼굴이 된 채 2주간 학교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그 때의 충격으로 중학교가 될 때까지 대변을 지리는 증상을 보였습니다. 남편의 행동 때문에 위급해 질 때마다 저는 늘 아이들과 함께 피신 준비를 했고 교회나 친구 집에서 하루, 이틀 머물었고 남편 없이 하루 밤을 보낸다는 것이 그렇게 평온하고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행동이 반복되자 이웃과 친척들도 손 발 들기 시작했고, 저는 점점 주위로부터 고립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약에 취해있으나 깨어있으나 저는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약에서 깨면 집을 나가 경마를 하거나 아니면 집요하게 성관계를 요구해서 늘 시달렸습니다. 약물-경마-섹스에 취해있던 남편은 약 때문에 많은 돈이 필요하면 경마장에 갔고, 경마에서 돈을 잃으면 약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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